겨울에 내리는 눈 그리고 그리움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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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떠나던 마음에
잔설처럼
남아있던 그대
차가운 한겨울
폭설이 되어
내리고 있다
삶은 갈수록
쓸쓸해지고
잊혀지던 시간 속에
누워있던 그대
그리운 밤에
하얀 눈되어
다시 내린다
언제나 이렇게
가슴 한편
소리없이
쌓이는 그대
꿈속에서
만나는 날마다
마음 애뜻해
잠못이루었더니
깊은 생명 한가운데
흰눈이 되어
끝없이 내리고 있다
II.
나는 버릴 수 없는
그대였고
그댄 떠날 수 없는
나였음이여
그대,
겨울에
내리는 눈
내 생명 같은 이여
III.
어찌
눈되어 내리는 그대
잡을 수 있을까
가슴에 두고도
만나 손 잡고
싶은 사람
때로 눈내리는
시간보다 짧은
삶의 시간이
그대 때문인가
겨울 하늘 넘어
눈감으면
사르르
나는 사라지고
내몸에
그대 눈꽃 피어나니
긴 천년
이것이 몇번이었던가
나와 그대가
그대와 나 인것을
눈 같이 흰
그리움보고
알았네
(2012.1.9)
IV.
긴 삶의 어둠 속에서도
그댈 떠날 수 없는 것은
그리움 때문이었으리
숨겨진 언어들이
그대 입술 가까이 가는
내 숨결을 막고 있으니
그대 가슴
긴 생명의 강
그 깊은 강속에
내 몸을 담궈야하는
이것은 그리움 이리라
한번도 내게와
흐르지 않아
갈대잎 바람만으로
그대 강이 있음을 느끼는
이것은
그리움 이리라
땅에 발을 딛고
동녁하늘을 본다
거꾸로 흐르는
바람 속에서
웃고 있는
시간들
이 삶의
가난한 그리움
(2012.1.10)
V.
만날 수 없는 것을
왜 만나려하는가
서로 비켜간 시선위
그려지는
서로 다른 그림들
꽃을 그릴 때
그대 눈가엔
가을이 오고 있었네
내 깊은 슬픔에
침묵하고 있어도
때로
그댄 행복한 시위를
당기고 있음이여
가지않고
오지 않으며
해질 녁
그림자 사라지듯
눈을 감으면
그대 향해
길을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서 있으면
그리고
그대가 부르지도 않으면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2012.1.10)
VI.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였다
남은 것이 없어
가슴이 텅 비어도
빈나무 물속에서 외로워
수림(水林)이 되어도
그댄 내 삶의
마지막 시선위에
남아 있을 한사람
마지막 평화
사람의 길 위에 서 있는
마지막 언어
마지막 침묵
죽음 너머에
존재했던
일상
구름 너머에
서 있는 그대
어찌
마지막 길을 넘어서도
그대 앞에
서 있는 것인가
(2012.1.12)
VII.
매일 그대를
버리고 있다
그것만이 오직
그대를 평화롭게
바라볼 수 있는
남은 길
생명도 때로는
형벌과 같고
살아있는 것도
죽음 같지 못한
날이 있으니
매일 그대를
바람 속에
놓아야 하리
그리고
바람을 따라 흐르는
그대 남은 향기 한줌
이승의 길에선
그것도 빛나는
꽃이어라
매일 그대를
버리고
매일 그대를
만나고 있다
(2012.1.13)
VIII.
깊은 밤
세상의 시간에
어둠이 내려
뒷뜰 대숲소리 들으며
잠들어야 할 시간
마음이 깨어
슬픈 육신을 죽이며
그대 이름을 부르네
한낮에 바라본 바다
수평선 위에서 멈춰진 시선이여
어둠 속에 잠못들고 눈 감으니
이제, 파도 넘어 세상이 보이네
그대에게 전해줄 수 없는 세상
그댄 내 마음이 보이는가
파도소리에 부서지는
슬픈 이타카의 꿈이여
나를 기다리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2012.1.26)
IX
그래서 바람을 노래하는가
보이지 않지만
살결과 마음에 부딪혀
그리움도 되고
위안도 되는
시간의 바람이여
기다림이라는 잘못을 범하고
슬퍼하는 사내
그 어디에도
그대는 없으니
침묵 속에서 살다
늙어가고
사라지리라
그리고 더불어 사라지리니
연인에게서 구하던 모든 것
그리움, 사랑, 감미로움, 위안
-- 그리고 정신의 마지막 광란
겨울 바람 속에
눈이 내린다
눈 속에 서 있는
외로운 바람
(2012. 2. 19.)
X.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 스스로의
약속을 깨는 것
삶의 길이
긴 얼음으로 뒤덮여
시간의 춤 속에서
몸을 비틀다
사랑하고 이별하게
되었다
비로소 산에 오르고
보고 싶은 풍경을
모두 잃어 버렸다
겨울에 눈이 내리고
마음엔 하얀 덧이불
시들어 가는 살결위로
아이같은
하얀 눈이 쌓인다
(2012. 2.27)
XI.
모든 것이
바로 보였을 때
허망함에
얼마나 울어야 하는가
포장된 유희의 로고스
포효하는
감미로움
말할 수 없는 비애
조용한 침묵
속으로
눈이 내리고
사람이 사는 곳
외로운 마을
저녁연기는
눈 속에 누워
하늘로 오른다
(2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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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