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꽃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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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긴 겨울 다 가도록 기다렸다
바람이 잦아들고
언제나 꿈 속에서
대지에 던지던 말들
죽은 듯 잠든 시간을 뚫고
손을 내밀어 내게 들리기를
긴 겨울 다 가도록 기다린다
산 위에 눈이 녹고
바람은 따뜻하여
그대에게 던진 말들
죽은 듯 잠든 그대를 뚫고
손을 내밀어 내게 돌아오기를
가장 추운 날
삶의 시간이 멈추어
나는 시간을 잃었네
머물고 싶은 저항의 한 시절
시간의 벽을 허물어
꽃을 피우고 싶은 날
그 그리움
마지막 팽팽함이
길 위에 놓이고
겨울 바람이 그 위에 쌓인다
창가에 돌아와 꽃을 피우는
난초여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대가 피운 꽃은
꽃이 아니라
그대일 뿐인가?
II.
나는 그대가
늘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기만을 기다렸다
들판에 흐르는
쓸쓸함과 두려움
저녁과 아침을
생각하지 않고
푸른 잎 바라보며
꽃을 생각하였다
물과 바람의
추억 속에 뒤섞이다
절망의 계절에
잎새를 떨구고
깊은 대지에
향기를 내려놓고
침묵 속에서 그리워만 하였지
그러자 창가에 모인 사람들은
속삭였다
그대는 죽은 것이라고
III.
죽음은
생명을 빛낼 수 있는
마지막 불꽃
쾌락에 몸져 누워
길을 잊은 시절
언제나 꽃을 생각하였다
이 향기
삶의 공간을
방울지게 하는
감미롭고 부드러운 향기
사람들은
고뇌를 말하지 않고
향기에 반해
즐거워하고 있다
눈을 감고
원시의 길을
걸어본적 있는가
(2012.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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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