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김태원
=======================
누가 만들었을까
이 아름다운 세상
내 생명이
끝없이 맞닿아
손잡은 것들
만난 적 없는
저녁바람이여
누가 만들었을까
이 아름다운 살결
그 위에 앉아
생명의 추억을 보며
동굴을 넘어 환하고
넓은 곳
그대 여기 오라고
손짓하고 싶네
누가 만들었을까
그 아름다운 눈빛
내 생명이 빛이었음을
그대 눈빛을 보고
알았네
세월이 가고
쓸쓸한 욕망이
내면의 어린 생명
스스로 불태울때
성난 타나토스를 보았네
하지만
아침에 만난
사랑스런 그대여
아름다운 세상은
그대 가슴에서 피고 있었지
그대 앞에 선
나의 부끄러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싶었지
아름다운 세상 등 뒤에 두고
잠못이루었던 긴밤
나뭇잎에 내린 햇살에
나는
부끄러웠네
돌아 갈 길도
돌아올 길도 없는
삶의 길 위에서
나는 온몸에
밤새내린 흰 이슬 맞으며
서 있기도 했지
아무도 가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대가 그 길 위에 있는 걸
바라보고
어느 날 함께 길을 나섰네
아름다운 세상
돌아보니
거기에 새들과 꽃, 풀잎과
길을 가면서 뿌려 놓은
그대와의 시간이 어느새
자라고 있네
버리지 않아도
언제가 버리고 가야 할
아름다운 세상
우리 살면서 무엇을 더
버린단 말인가
빈손으로
바람을 안듯
눈을 감으니
나는 항상 그대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아이
자라는 손톱을 잘라주듯
늘 빛을 흔드는 번민을 잘라주는 그대여
이 아름다운 세상
그대와 만나
행복하여라
(2911.9.15. 연인의 시간)
|
|
나무가 되고 있다 
